
나물 삶는 냄새?
어떤 고객이 블랙 아이리스를 조심스럽게 맡더니, 마치 실례될까 봐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나물 삶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순간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기가막히게 정확한 관찰이었으니까. 고객에게는 "천연 오일들이나 어떤 향료 조합이 그렇게 느껴지실 수 있겠어요"라고 간단한 설명과 공감을 하고 넘겼다. 복잡한 배경 이야기를 다 설명하다 보면 매장 문 닫을 시간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객이 나간 후 우리끼리는 '헉, 진짜 나물 삶는 냄새인가?' 하고 부랴부랴 다시 짚어봤다. 셀러리 시드 오일과 블랙 아이리스에 들어있는 다른 향료들(예를 들어 로즈 옥사이드)을 시향지에 찍어서 함께 맡아보니까... 정말 나물 삶은 냄새 같기도 했다. 엄청 향긋한 버전의.
시향의 마법
블랙 아이리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시향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우리나라 고객들은 향을 시향할 때 미리 뿌려둔 시향지나 시향 컵을 통해 향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지금 맡고 있는 그 향이 쭉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뿌려서 시향을 해드리면 반응이 180도 달라진다.
"오, 향이 전혀 다른데요?"
시원한 오크모스가 확 퍼지는 첫인상을 경험한 순간, 고객들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리고 이런 놀라움은 거의 항상 구매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바로 그 '시원한' 향기로 시작하니까. 우리는 이때 설명을 덧붙인다. "오크모스와 아이리스는 거의 정반대에 있는 향기 캐릭터인데, 이것을 밸런스 있게 흘러갈 수 있도록 조향했어요." 고객들은 이 말을 듣고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더욱 관심을 보인다. 향의 "흐름"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순간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브랜드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스타일 좋은 40대 부부가 여유롭게 시향을 하고 있었다. 블랙 아이리스 시향 컵을 들고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눈치가 빠른 편이라 슬그머니 귀를 쫑긋 세웠다.
"자기야 이거 우리 프랑스 가면 맨날 사오는 거 있잖아. 그거랑 향이 비슷하지 않아?"
"응 비슷한 것 같아."
이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향수를 따라한 거 아닌데.'
그런데 뒤이어 들린 말에 귀가 번쩍했다.
"근데 이거 프랑스에서 사면 몇 배는 비싼데 이거 너무 합리적인 거 아냐?"
"어 맞아. 와, 한국에서도 이런 퀄리티가 있었는지 몰랐네. 이거 하나 사자."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서 환한 미소로 말씀하셨다. "여기 서촌에 매장을 연 거예요? 이 동네 자주 오는데 여기서 사면 되겠다."
그때는 팝업으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 저희가 팝업 진행 중인데, 저희 쇼룸은 다른 곳에 있어요. 이 동네에도 매장을 내고 싶네요, 하하"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20년 작업실 풍경. 현재는 훨씬 나아진 환경에서 작업중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시작된 향
사실 블랙 아이리스에는 조금 특별한 배경이 있다. 2020년 늦봄, 우리는 방배동 갤러리빈치에서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향 전시. 벽에 걸린 그림 대신 후각으로 감상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을 넘기다가 한 문장에 시선이 멈췄다. "이별은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의 시작과 같다." 바로 이거였다. 우리는 'Loop'라는 제목의 향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랑의 시작을 시원한 오크모스로, 시간이 지나며 사랑을 나누며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후추의 스파이시함으로, 그리고 사랑이 깊어지다 못해 결국 헤어지게 되는 순간을 고귀한 아이리스로 표현했다. 사용자가 향수를 계속 덧뿌리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무한루프 같은 향수.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블랙 아이리스다. 시원한 오크모스로 시작해서 사랑의 여러 감정들을 스파이시한 후추로 풀어내고, 마지막에는 고귀한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감싸안는 향. 처음엔 이끼 낀 숲속 같은 차가운 공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따뜻하고 포근한 꽃향으로 변해간다. 마치 사랑이 시작되고 깊어지다가 또 다른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예상과 다른 인기
하지만 현실에서 블랙 아이리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복잡한 철학적 배경이나 무한루프 컨셉 같은 건 뒷전이었다. 사람들이 진짜 좋아한 건 훨씬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매력이었다. 흔히 말해 '시원한 향기'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머스크'로 끝나는 향. 갤러리 전시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우리가 쇼룸에서 판매하거나 팝업을 할 때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향이 되었다.
뿌리는 제품만의 특권
하지만 이런 섬세한 향의 변화는 오직 뿌리는 제품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특별함이기도 하다. 디퓨저나 캔들로는 비슷하게 만들어내기가 정말 까다롭다. 그런데 향이 좋다 보니까 고객들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이 향 디퓨저로도 나와요?"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다. 과장 좀 보태서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복잡한 사정을 다 설명하기는 곤란하니, "이 향기는 뿌리는 제품으로만 나와요"라고 간단히 답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15종의 향기 라인업을 가진 퍼퓨머리 하우스지만, 모든 향을 디퓨저나 캔들로 출시하지는 않는다. 제품에 적용하기 좋은 향기가 있는 반면, 구현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코스트가 너무 높아서 다른 형태로 만들기 어려운 향기도 있다. 블랙 아이리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고가 원료들을 디퓨저 용량으로 만들면...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아쉽다. 솔직히 말하면, 블랙 아이리스 포뮬러는 디퓨저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비싸다.
기다릴 줄 알아야죠
감동적인 일도 있다. 원료 이슈로 가끔 품절이거나 입고가 느린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우리가 직접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알려드린다. 보통은 답장을 잘 안 하시는데, 어떤 분은 특별히 답장을 보내주셨다.
"좋은 건 기다릴 줄 알아야죠. 입고되면 꼭 연락 주세요."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조향사로서 정말 뿌듯하다.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도 든다. 이 분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원래 계획은 아니었는데
블랙 아이리스를 통해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조향사가 의도한 것과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항상 흥미로운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철학을 담으려 했지만, 사람들은 "시원하고 부드러운 향"으로 기억한다. 복잡한 무한루프 컨셉을 정교하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오크모스에서 아이리스로 변하는 신기함"에 더 매력을 느낀다. 온갖 정교한 조향 기술을 구사했지만, 어떤 이는 "나물 삶는 냄새"라고 정확히 집어낸다. (웃긴 건 이제 우리끼리만 통하는 농담이 하나 생겼는데, 집에서 나물을 삶을 때마다 '블랙 아이리스 향이다'라고 외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다른 지점들이 오히려 블랙 아이리스만의 진짜 매력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복잡한 배경 이야기는 조향사만의 것이고, 고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향을 경험하고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향수를 더욱 살아있고 특별하게 만든다. 시향지에서 맡는 향과 직접 뿌린 향이 다르다는 놀라움, 디퓨저로 만들 수 없다는 아쉬움, 나물 삶는 냄새라는 의외의 발견, 프랑스 향수와 비슷하다는 인정. 이 모든 "예상과 다른 것들"이 블랙 아이리스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어쩌면 가장 성공적인 향수는 조향사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향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향인지도 모른다. 블랙 아이리스는 바로 그런 향이다. 프루스트를 모르는 사람도, 무한루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저마다의 이유로 이 향을 사랑하게 되는.
나물 삶는 냄새?
어떤 고객이 블랙 아이리스를 조심스럽게 맡더니, 마치 실례될까 봐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순간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기가막히게 정확한 관찰이었으니까. 고객에게는 "천연 오일들이나 어떤 향료 조합이 그렇게 느껴지실 수 있겠어요"라고 간단한 설명과 공감을 하고 넘겼다. 복잡한 배경 이야기를 다 설명하다 보면 매장 문 닫을 시간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객이 나간 후 우리끼리는 '헉, 진짜 나물 삶는 냄새인가?' 하고 부랴부랴 다시 짚어봤다. 셀러리 시드 오일과 블랙 아이리스에 들어있는 다른 향료들(예를 들어 로즈 옥사이드)을 시향지에 찍어서 함께 맡아보니까... 정말 나물 삶은 냄새 같기도 했다. 엄청 향긋한 버전의.
시향의 마법
블랙 아이리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시향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우리나라 고객들은 향을 시향할 때 미리 뿌려둔 시향지나 시향 컵을 통해 향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지금 맡고 있는 그 향이 쭉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뿌려서 시향을 해드리면 반응이 180도 달라진다.
시원한 오크모스가 확 퍼지는 첫인상을 경험한 순간, 고객들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리고 이런 놀라움은 거의 항상 구매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바로 그 '시원한' 향기로 시작하니까. 우리는 이때 설명을 덧붙인다. "오크모스와 아이리스는 거의 정반대에 있는 향기 캐릭터인데, 이것을 밸런스 있게 흘러갈 수 있도록 조향했어요." 고객들은 이 말을 듣고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더욱 관심을 보인다. 향의 "흐름"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순간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브랜드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스타일 좋은 40대 부부가 여유롭게 시향을 하고 있었다. 블랙 아이리스 시향 컵을 들고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눈치가 빠른 편이라 슬그머니 귀를 쫑긋 세웠다.
"자기야 이거 우리 프랑스 가면 맨날 사오는 거 있잖아. 그거랑 향이 비슷하지 않아?"
"응 비슷한 것 같아."
이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향수를 따라한 거 아닌데.'
그런데 뒤이어 들린 말에 귀가 번쩍했다.
"근데 이거 프랑스에서 사면 몇 배는 비싼데 이거 너무 합리적인 거 아냐?"
"어 맞아. 와, 한국에서도 이런 퀄리티가 있었는지 몰랐네. 이거 하나 사자."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서 환한 미소로 말씀하셨다. "여기 서촌에 매장을 연 거예요? 이 동네 자주 오는데 여기서 사면 되겠다."
그때는 팝업으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 저희가 팝업 진행 중인데, 저희 쇼룸은 다른 곳에 있어요. 이 동네에도 매장을 내고 싶네요, 하하"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20년 작업실 풍경. 현재는 훨씬 나아진 환경에서 작업중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시작된 향
사실 블랙 아이리스에는 조금 특별한 배경이 있다. 2020년 늦봄, 우리는 방배동 갤러리빈치에서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향 전시. 벽에 걸린 그림 대신 후각으로 감상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을 넘기다가 한 문장에 시선이 멈췄다. "이별은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의 시작과 같다." 바로 이거였다. 우리는 'Loop'라는 제목의 향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랑의 시작을 시원한 오크모스로, 시간이 지나며 사랑을 나누며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후추의 스파이시함으로, 그리고 사랑이 깊어지다 못해 결국 헤어지게 되는 순간을 고귀한 아이리스로 표현했다. 사용자가 향수를 계속 덧뿌리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무한루프 같은 향수.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블랙 아이리스다. 시원한 오크모스로 시작해서 사랑의 여러 감정들을 스파이시한 후추로 풀어내고, 마지막에는 고귀한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감싸안는 향. 처음엔 이끼 낀 숲속 같은 차가운 공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따뜻하고 포근한 꽃향으로 변해간다. 마치 사랑이 시작되고 깊어지다가 또 다른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예상과 다른 인기
하지만 현실에서 블랙 아이리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복잡한 철학적 배경이나 무한루프 컨셉 같은 건 뒷전이었다. 사람들이 진짜 좋아한 건 훨씬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매력이었다. 흔히 말해 '시원한 향기'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머스크'로 끝나는 향. 갤러리 전시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우리가 쇼룸에서 판매하거나 팝업을 할 때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향이 되었다.
뿌리는 제품만의 특권
하지만 이런 섬세한 향의 변화는 오직 뿌리는 제품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특별함이기도 하다. 디퓨저나 캔들로는 비슷하게 만들어내기가 정말 까다롭다. 그런데 향이 좋다 보니까 고객들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이 향 디퓨저로도 나와요?"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다. 과장 좀 보태서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복잡한 사정을 다 설명하기는 곤란하니, "이 향기는 뿌리는 제품으로만 나와요"라고 간단히 답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15종의 향기 라인업을 가진 퍼퓨머리 하우스지만, 모든 향을 디퓨저나 캔들로 출시하지는 않는다. 제품에 적용하기 좋은 향기가 있는 반면, 구현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코스트가 너무 높아서 다른 형태로 만들기 어려운 향기도 있다. 블랙 아이리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고가 원료들을 디퓨저 용량으로 만들면...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아쉽다. 솔직히 말하면, 블랙 아이리스 포뮬러는 디퓨저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비싸다.
기다릴 줄 알아야죠
감동적인 일도 있다. 원료 이슈로 가끔 품절이거나 입고가 느린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우리가 직접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알려드린다. 보통은 답장을 잘 안 하시는데, 어떤 분은 특별히 답장을 보내주셨다.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조향사로서 정말 뿌듯하다.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도 든다. 이 분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원래 계획은 아니었는데
블랙 아이리스를 통해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조향사가 의도한 것과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항상 흥미로운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철학을 담으려 했지만, 사람들은 "시원하고 부드러운 향"으로 기억한다. 복잡한 무한루프 컨셉을 정교하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오크모스에서 아이리스로 변하는 신기함"에 더 매력을 느낀다. 온갖 정교한 조향 기술을 구사했지만, 어떤 이는 "나물 삶는 냄새"라고 정확히 집어낸다. (웃긴 건 이제 우리끼리만 통하는 농담이 하나 생겼는데, 집에서 나물을 삶을 때마다 '블랙 아이리스 향이다'라고 외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다른 지점들이 오히려 블랙 아이리스만의 진짜 매력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복잡한 배경 이야기는 조향사만의 것이고, 고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향을 경험하고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향수를 더욱 살아있고 특별하게 만든다. 시향지에서 맡는 향과 직접 뿌린 향이 다르다는 놀라움, 디퓨저로 만들 수 없다는 아쉬움, 나물 삶는 냄새라는 의외의 발견, 프랑스 향수와 비슷하다는 인정. 이 모든 "예상과 다른 것들"이 블랙 아이리스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어쩌면 가장 성공적인 향수는 조향사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향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향인지도 모른다. 블랙 아이리스는 바로 그런 향이다. 프루스트를 모르는 사람도, 무한루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저마다의 이유로 이 향을 사랑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