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cent Season</b>]7월의 향, 애시드 블루

2025-07-07

"이게 향수의 노트가 될 수 있나?"

일본인 관광객이 테스트 스트립을 코에 대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애시드 블루의 청매 노트를 맡은 순간이었다. 그에게 '우메'는 우메보시나 요리에 쓰이는 익숙한 재료였지, 향수에 들어갈 만한 소재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 고객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실이요? 매실청 냄새 나는 건 아니죠?" 우리에게 매실은 할머니가 담가주신 매실청이나 여름철 마시는 매실액기스의 기억과 더 가깝다. 향수라는 세계에서는 조금 낯선 소재인 셈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흥미로웠다. 기존 향장 시장에서 시트러스 계열 향수에는 주로 버가못 같은 서양 과일이 사용된다. 유자가 동양적 이미지를 위해 쓰이는 것처럼, 매실도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시트러스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물음에서 애시드 블루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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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에서 만난 진짜 매실

애시드 블루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23년 6월 초 전남 광양으로 향한 출장이었다. 매실의 제철, 바로 그 순간에 실제 매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매실나무, 그리고 그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청매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 실제로 매실나무 아래 서니 신기했다. 생각보다 향기는 강하지 않았다. 코를 바짝 대고 맡아봐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매실 향기'는 느끼기 어려웠다. 대신 하나를 따서 조심스럽게 씹어봤을 때의 그 경험은 잊을 수 없다. 떫고, 아주 신맛. 혀가 오그라들 정도로 강렬한 산미였다. 그리고 그 뒤로 느껴지는 초록빛 청량함. 바로 그거였다. 내가 찾던 건 달콤한 과일 향이 아니라, 이 날카롭고 생생한 산미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매실의 제철은 6월이지만 애시드 블루를 7월에 추천하는 이유였다. 6월에 따낸 매실의 그 강렬한 청량감이 정작 빛을 발하는 순간은 더욱 뜨거워진 7월이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때, 이 날카로운 산미와 청량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광양에서 돌아온 후, 애시드 블루의 방향성이 확실해졌다. 매실의 달콤함이 아닌, 그 날카로운 신맛과 떫은맛, 그리고 아직 익지 않은 것들만이 가진 특별한 에너지를 7월의 열기와 맞서는 무기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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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시트러스

한 고객이 보내온 DM이 기억난다. "매실을 향수로 사용하는 시도를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시지를 읽으면서 우리가 왜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트러스 향수 하면 보통 레몬, 오렌지, 버가못을 떠올린다. 모두 서양에서 온 과일들이다. 물론 최근에는 유자가 '동양적 시트러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시트러스 같은 신맛을 가진 과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매실, 산수유, 모과... 이런 재료들도 충분히 향수의 소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매실은 한국과 일본에서 수백 년간 사랑받아온 과일이다. 우리의 미각과 후각 기억에 깊이 새겨진 재료다. 애시드 블루를 테스트한 고객들 중에는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맡던 냄새 같다"거나 "뭔가 한국적이면서도 새롭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런 묘한 감각이 바로 매실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강이 만드는 균형

매실만으로는 부족했다. 너무 날카로우면 착용하기 어려운 향이 될 수 있었다. 그때 떠올린 게 생강이었다. 

"향수에 생강요?"

처음 이야기를 꺼낸 고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맡아보면 생각이 바뀐다. 갈랑갈과 함께 조화를 이룬 생강은 요리에서 느끼는 그 매운맛이 아니라, 따뜻하면서도 상쾌한 스파이시함을 만들어낸다. 특히 청매의 날카로운 산미와 생강의 따뜻한 매운맛이 만나면서 생기는 화학작용이 흥미롭다.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마치 한국 요리에서 신맛과 매운맛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는 것처럼. 흥미롭게도 애시드 블루는 남성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생강의 스파이시함이 만들어내는 중성적 매력 때문인 것 같다. 여성스럽지도 남성스럽지도 않은, 그 절묘한 균형점에서 많은 남성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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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카다몸의 숨겨진 이야기

애시드 블루의 중간 부분에는 꿀과 카다몸이 숨어있다. 이 부분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보면 향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뭔가 달콤한 게 있는데, 설탕 단맛은 아니고... 천연 꿀 같은?"

정확한 관찰이었다. 청매와 생강의 강렬함 사이로 은밀하게 스며드는 꿀의 단맛. 그리고 카다몸의 이국적인 향취가 더해지면서 또 다른 차원의 복합성을 만들어낸다. 이 조합은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에는 너무 강렬할 수 있는 청매와 생강을 부드럽게 연결해줄 다리 역할을 찾고 있었는데, 꿀과 카다몸이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한국적인 매실과 생강, 그리고 중동적인 카다몸과 꿀이 만나 전혀 새로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제호탕에서 찾은 영감

애시드 블루의 마지막은 패출리와 스모키 샌달우드가 담당한다. 앞선 모든 활발함을 진정시키면서, 동시에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이다. 이 조합을 만들 때 떠올린 건 '제호탕'이라는 조선시대 궁중음료였다. 여름에 마시는 이 음료는 매실, 꿀, 생강, 백단을 함께 다려서 만든 갈색 엑기스를 차갑게 식혀 마시는 것이었다. 실제로 마셔본 적은 없지만, 그 재료 구성이 마치 향수의 노트처럼 느껴졌다. 짚불에 훈연한 매실의 복합적인 맛, 꿀의 단맛, 생강의 매운맛, 그리고 백단의 우아한 목질감.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며 여름 더위를 식혀준다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조선시대 궁중의 세련됨을 현대적 향수로 재해석해보고 싶었다. 특히 스모키 노트가 더해진 샌달우드는 단순한 백단향이 아닌, 마치 약재를 우려낸 듯한 깊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애시드 블루를 단순한 여름 향이 아닌, 사계절 착용 가능한 향으로 만들어준다. "처음엔 상큼하다가 마지막엔 포근해져요. 하루 종일 변화하는 게 재미있어요." 한 고객의 표현이다. 청매의 신선함으로 시작해서 훈연 백단향의 따뜻함으로 마무리되는 이 여정은, 제호탕이 주는 시원함과 동시에 몸을 보하는 따뜻함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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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원하는 사람들

애시드 블루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향은 싫어요. 좀 특별한 걸로."

"한국적이면서도 세련된 향이 있을까요?"


이런 요청을 하는 분들이 애시드 블루를 선택한다. 그리고 실제 사용 후 피드백을 들어보면 흥미롭다.

"이 향 뿌리고 나면 기분이 달라져요. 뭔가 더 당당해지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향 뭐 쓰냐고 많이 물어봐요. 대답하기가 재미있어요."


향은 단순히 좋은 냄새를 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애시드 블루는 그런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실험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7월,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애시드 블루가 7월의 향인 이유는 단순히 시원해서가 아니다. 이 향이 담고 있는 것은 완성되지 않은 것들의 아름다움이다. 아직 익지 않은 매실처럼, 7월의 우리도 무언가를 향해 익어가는 중이다. 반짝이는 물방울이 영글지 않은 매실을 타고 흐르는 이미지. 그것은 곧 우리가 7월을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생동감 넘치고, 때로는 날카롭지만 그래서 더 선명한. 매실을 향수로 만드는 시도를 고맙다고 했던 그 고객의 메시지를 다시 떠올린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 




올해 7월, 애시드 블루와 함께 당신만의 새로운 실험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욱 매력적인, 그런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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